디지털사회, 모두에게 좋은가요?

스마트폰 활용 수준에 대한 조사 결과

3월에 노인의 디지털 소외에 관한 뉴스가 많았습니다. 그중 한 기사에서는 SNS에 올라온 사례를 인용하였는데요. 엄마가 햄버거 가게에서 키오스크 사용을 하지 못해 20분간 헤매다가 결국 햄버거를 먹지 못하고 돌아왔다며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딸이 올린 SNS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례에서 엄마의 나이는 정확하지 않지만 디지털 변화에서 소외된 사람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손으로 누르면 선택되는 방식) 방식의 무인 단말기를 말합니다. 최근에 패스트푸드점 뿐 아니라 극장, 커피전문점, 식당, 마트 등에도 많이 도입되었습니다. 사람을 대하지 않아도 되고,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편한줄만 알았던 기계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접근성 가이드가 따로 없어서 저시력 시각장애인, 고령자가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글자, 많은 외래어, 속도가 늦으면 초기 화면으로 되돌아가는 등 불편함이 크다고 합니다.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

최근 한국헬프에이지에서는 어르신의 디지털 활용 능력은 어느 정도 되는지 스마트폰 활용에 대한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본 설문조사는 서울신월, 서울화곡, 부천원미 노인참여나눔터의 어르신 5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서울신월, 화곡 나눔터 어르신의 평균 연령은 84.6세, 부천원미나눔터는 74.6세입니다. 약 10세 가량 연령차가 나는데요. 연령에 따라서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어르신은 어느 정도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는지 결과를 공유하려 합니다.

‘노인의 스마트폰 활용 조사’ 결과 51명의 어르신 중 96%가 핸드폰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69%가 스마트폰이었는데, 연령이 낮을수록 피쳐폰 대신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어르신은 스마트폰을 어느 정도 이용할 수 있는걸까요? 스마트폰 이용하는 어르신의 경우 문자메시지, 전화, 사진은 80% 이상이 ‘확인’ 가능하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문자메시지 작성, 전송, 사진 전송 같은 적극적인 사용에 대해서는 50% 정도만 가능했습니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연락처 저장, 알람 설정의 기능은 대부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와이파이 설정, 어플 설치, 글자 복사 등의 기능은 대부분이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어플 사용에 관한 항목에서는 카카오톡은 63%, 유튜브 35%, 검색 어플은 38%의 어르신이 사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자판을 통해 글을 쓸 수 있는 낮은 연령의 어르신은 확인 뿐 아니라 검색까지도 가능하나, 그 외 어르신은 수동적으로 확인, 재생 정도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 어플은 15% 정도의 어르신만 활용이 가능하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교육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필요하다는 응답이었습니다. 70대 어르신은 카카오톡, 검색어플, 은행어플 등의 어플 사용 교육에 대한 욕구가 있었고, 80대 어르신은 핸드폰 벨소리 변경, 문자 발송, 영상통화 등에 대한 교육을 원했습니다. 새로운 시도 보다는 핸드폰의 기본 기능을 원활히 사용할 수 있는 교육을 원했습니다. 80대 어르신은 뭐든 배우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금방 잊어버려서 못한다.’, ‘불편함이 없고 배우고 싶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본 조사는 대상자의 수가 적어서 통게적으로 크게 활용하지는 못해도, 어르신이 디지털 기기에 얼마나 친숙하고 어느 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비교적 젊은 70대 어르신은 스마트폰을 좀 더 활용하고 있었지만 80대 어르신은 기본 기능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스마트폰 조차도 잘 이용하지 못하는데 새로운 디지털 기기는 얼마나 생소할지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교육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80세 이상의 어르신에게 새로운 디지털 기기를 배워서 이용하라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인지 고민도 들었습니다.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도 어렵습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못 하는 게 없습니다.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은행 계좌도 만들고, 음식 배달은 물론이고 주문한 다음 날 신선한 채소가 집으로 배송됩니다. 잘 활용 한다면 시간을 줄이고 편리한 생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어르신에게 이 모든 게 낯섭니다.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도 어려운데 키오스크 주문은 생소하고 시도하기도 두렵습니다. 세상은 친절한 설명 없이 빠르게 변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르신은 그저 소외됩니다. 똑똑하지 못해서라는 자책과 사회 구성원으로 고려 받지 못했다는 소외감에 괴롭습니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배려가 부족했다는 뜻이 아닐까요? 키오스크의 글자 크기는 키우고, 외래어를 줄여 이해가 쉽도록 하는 방법이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디지털 소외 관련한 기사도 늘고 있고, 제도적으로도 점점 변화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 개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부모님이 스마트폰, 컴퓨터 사용법을 물어봐도 귀찮아하지 않고, 친절하게 알려드리는 것. 키오스크 주문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을 본다면 짜증을 내기 보다는 먼저 ‘도와드릴까요?’ 라고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